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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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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회계직 4편 - 문제는 교육의 질

사회, 교육, 유아·초등, 중등

오승재 기자 | 2011. 12. 07

[앵커멘트]

문제는 이처럼 열악한 상황 때문에 고통 받는 게
비단 회계직 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결국 아이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오승재 기잡니다.  







[리포트]

세제가 가득 담긴 개수통에서 설거지를 하고,
그 장갑을 그대로 낀 채 식재료를 만집니다.

원래 설거지 때는 분홍색이 아닌 빨간색 장갑으로 바꿔 착용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겁니다.

식당 바닥을 청소할 때만 쓰도록 돼 있는 독성 세제,
하지만 국솥의 그을음이 잘 닦이지 않자 급한 마음에 세제를 원합니다.

인터뷰: 조리원 
"(그 세제가) 냄새만 맡아도 눈도 못 뜨고, 눈도 따갑고, 기침도 나고 그래요."

"살에 닿으면 어떻게 되죠?"
"살에 닿으면 데인다니까요."

서울시교육청의 연구 결과 조리원의 적정 인원수는 학생 70명당 1명 꼴,
하지만 현재 서울 지역의 경우 학생 200 당 1명 꼴입니다.

턱없이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장갑을 매번 바꿔 착용할 짬도,
수세미로만 그을음을 벗겨낼 시간도 없는 형편입니다.

인터뷰: 학교 회계 직원 
"(사람이 부족해서) 영양교사 선생님이 직접 또 조리를 같이 하세요.
그런데도 12시에 밥 먹으러 가면, 아직도 세팅이 안 된 경우가 있어요."

결국 지난 2008년 이후 전국 학교 급식 식중독 사고의 80%가
직영 급식 학교에서 일어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인터뷰: 배은희 국회의원 / 한나라당 
"종사자의 처우나 시설이나 이런 것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된 후에 
직영 급식이 시행이 됐다면, 식중독 사고가 훨씬 줄었을 것 같은데요."

과학기자재가 정돈돼 있어야 할 학교 과학실험실,
대걸레를 비롯해 각종 청소도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독성 시약이 들어있는 약장은 시건 장치가 풀려 있고,
극독 약품들이 여기저기 방치돼 있습니다.

인터뷰: 과학 실험원 
"점심시간에 문을 잠가놓고 가더라도 저쪽으로 와서 뭘 뒤져봐요. 
‘뭐가 있나’ 하고 다 열어봐요. 뒤지는 애들이 많아요. 남자애들 특히요."

과학 실험원을 멋대로 교무지원 업무에 투입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인터뷰: 학생 
"빨리 나가야되니까, 실험을 덜 하는 것 같아요."

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직무 전문성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컴퓨터 수업 진행을 하는 전산실무원과 독서교육을 맡는 사서.

또 과학실험 설계와 지도를 하는 과학 실험원 등 
회계직종 상당수가 전문성을 요합니다.

하지만 직무 연수는 일 년에 3시간 남짓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리원 
"12년 차인데 한 번도 없었어요, 직무연수가."

인터뷰: 특수교육 지도사 
"(직무 연수) 신청을 하려고 했더니,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억울하면 
대학원가서 특수교사 하라고…"

특수교육지도사의 경우 1년에서 단위로 계약해지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장애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기는커녕 노하우를 쌓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특수교육 지도사 
"그 아이의 특성을 모르기 때문에, 그냥 그 시간만 때우는 거예요."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철저한 계급사회와 그에 따른 적나라한 차별이 바로 아이들의 눈앞에서 이뤄진다는 겁니다.

인터뷰: 학생 
"너네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런 잡일 하게 된다."
"수업시간에요?"
"네."

무한 경쟁만을 추구하고차별을 당연시 하는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혜숙 교수 / 연세대 교육학과 
"직업의 귀천이 있다는 생각, 그리고‘계급 사회다’라고 하는 생각을 
알게 모르게 잠재적 교육 작용 속에서 느끼게 됩니다."

열악한 처우와 부당한 차별이 당사자들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의 고리,

이들의 문제를 다른 비정규직 문제와는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ebs 뉴스 오승재입니다.






오승재 기자 sjo@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