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취재

공유 인쇄 목록

[가족의 탄생 기획] 2편 "우리도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사회, 평생

이상미 기자 | 2019. 09. 09

[EBS 저녁뉴스]

 

강화도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정착한 세 사람.

 

이곳에 집을 짓고, 함께 생활한 지 벌써 7개월쨉니다. 

 

여자 둘, 남자 하나로 구성된 이 가구는 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한집에서 같이 살면서 작은 책방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병일 / 3인 생활동반자 가족

"(셋이) 같이 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같이 살면 그냥 혼자 살거나 아니면 부부끼리 이렇게 살거나 하는 것보다 조금 더 다양하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여유 있게 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 여지 같은 게 더 있을 것 같아서…"

 

오랜 친구 사이인 세 사람 가운데 두 사람은 지난 2015년 결혼한 부부입니다. 

 

하지만 민정 씨는 이들과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이지 못합니다. 

 

집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가장 가까이서 서로의 일상을 돌보지만 ‘가족’은 될 수 없습니다. 

 

결혼이나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생활동반자’ 관계는 법적으로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민정 / 3인 생활동반자 가족

"부부랑 같이 사는데 법적으로는 제가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움이 많이 있어요. 저를 그림자가 아니라 실제 있는 사람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이 있습니다."

 

가족이 아니면 아플 때 보호자가 될 수 없고, 함께 대출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병원과 은행뿐만 아니라 수많은 일상에서 불편한 시선과 마주칩니다. 

 

결혼한 남녀와 자녀로 이루어진 이른바 ‘정상가족’과는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인터뷰: 조은선 / 3인 생활동반자 가족

"우리의 관계를 규정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런데 그냥 우리는 생활동반자야. 가족이야. 그러니까 법이라는 게 주어지면 가족의 개념이 좀 더 넓어지는 거니까 저희가 좀 더 쉽게 사람들한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자 둘과 고양이 네 마리가 함께 살면서 탄생한 이른바 ‘분자 가족’도 있습니다. 

 

올해 초 출판돼 3만부 이상 팔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작가 황선우씨와 김하나씨입니다. 

 

혼자 사는 것도, 결혼하는 것도 아닌 또 다른 길을 선택한 두 사람은 결혼과 출산만으로 가족을 이루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터뷰: 김하나 작가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자가 있고 남자가 있고 이 둘이 결혼이라는 걸로 가장 단단하게 있는 가족만이 진짜 가족처럼 인정을 받았는데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결합이 일어나는 게 일종의 분자식처럼 그런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때가 아닌가…"

 

전통적인 가족의 틀을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도 이제는 '비정상'이라는 낙인 대신, 가족구성원의 책임과 의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탄탄한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BS뉴스 이상밉니다. 

이상미 기자 forest@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