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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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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혁명기획] 찍어낸 듯 획일화된 학교‥배경엔 '학교 표준설계도'

교육, 평생

송성환 기자 | 2019. 05. 07

[EBS 저녁뉴스] 

뒤에 보이시는 두 사진은 서로 다른 두 학교의 외관입니다. 구별이 되시나요. 교실을 보시면요, 역시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변하지 않는 학교의 모습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데요.

 

“이건 현대의 전화기입니다. 알아보시겠죠? 이건 150년 전의 전화기입니다. 아주 다르죠? 여기에 오늘날의 자동차가 있습니다. 그리고 150년 전의 자동차가 있죠. 정말 다르죠? 이걸 보세요. 이건 오늘날의 교실입니다. 그리고 여기 150년 전의 교실이 있습니다. 자 이제 좀 부끄러워지셨나요. 말 그대로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바뀐 게 없습니다.”

 

지난 2016년 미국에서 발표된 '나는 학교를 고발한다'는 제목의 영상입니다. 우리와 사정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교육과정은 수없이 바뀌었지만 학교 공간은 여전히 사각형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인데요. EBS뉴스는 연중기획 <공간혁명 - 학교가 바뀐다, 학생이 바꾼다>를 통해 학생들의 창의성과 감성을 키우는 다양한 배움의 공간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송성환 기자가 우리의 학교 공간들이 지금처럼 획일화된 이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시민들에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학교의 모습을 그려보도록 했습니다.

 

1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를 불문하고 떠올리는 학교의 모습은 운동장을 중심으로 교사동과 강당, 스탠드가 배치되는 천편일률적인 형태입니다.

 

인터뷰: 김광범 50대 / 경기 고양시

"초등학교 가면 일자, 중학교 가도 일자에 조그만 건물 하나. 12년 동안 똑같잖아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 똑같았고…"

 

인터뷰: 김미자 60대 / 서울 삼각산동

"우리 아들 나온 학교도 가끔 그쪽으로 산책을 하거든요. 근데 다 내가 다녔던 학교랑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실제 우리 학교의 모습은 어떨까.

 

대부분 일자형 혹은 ㄱ자형 건물에 붉은색 벽돌이나 흰색 페인트로 외장을 두르고, 남쪽에 운동장을 뒀습니다.

 

같은 크기의 창문이 빼곡한 것도 공통점입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획일적인 모습은 더 분명해집니다.

 

2미터 남짓의 일자형 복도에

가운데 교무실을 중심으로

아래층부터 한 학년씩 교실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인터뷰: 강예지 40대 / 경기 파주시

"어렸을 때 다녔던 학교랑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거의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저희 어렸을 땐 에어컨 없었는데 그런 시설만 조금 바뀐 정도고…"

 

이처럼 찍어낸 듯한 모습의 학교 공간의 역사는 6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6.25전쟁 이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된 1960년대 당시 이들을 수용할 학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과밀화된 교실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시설의 확보가 시급했고 이 때 등장한 것이 바로 표준설계도입니다.

 

학교를 빨리 짓기 위해 교육 당국은 규격화된 설계를 도입해 가운데 커다란 운동장을 두고 북쪽에 1자형 교사동을 두는 표준설계도에 따라 학교를 짓게 한 겁니다.

 

지역이나 초중고 구별 없이 가로 7.5m 세로 9m의 사각형 교실에 천장 높이와 창문크기까지 규격화했습니다.

 

덕분에 1965년부터 10년 동안 늘어난 초중고 숫자만 전국에 2200여 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학교가 획일화되는 폐해를 남겼습니다.

 

인터뷰: 이재림 한국교원대 교수 / 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장

"90년대 말까지는 시도교육청 기술직 공무원들이 직접 표준설계도를 놓고 배치를 제안해서 추진을 했습니다. 교육과정이라든지 학생들의 활동 이런 특성을 고려할 여유 없이…"

 

1962년 도입된 표준설계도 제도는 30년이 지난 1992년 공식적으로 폐지됐지만 여전히 학교 설계는 표준설계도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2000년대 초반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따라 이른바 '열린교실'이 유행해 교실 간 벽을 허무는 실험이 이뤄졌지만 교육과정이나 수업방식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실패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송병준 본부장 /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

"옆의 교실에서 음악 수업을 하면 그 소음 때문에 우리 교실에서 뭔가 할 수 없고 복도에서 아이들이 조금 뛰거나 뭐 얘기를 하거나 하면 그 소음이 고스란히 교실로 전달되기 때문에 그래서 결국에는 다시 담을 쌓는 그런 일들이 조금 비일비재했었거든요."

 

최근 들어 표준설계도의 그늘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성과 감성을 키우는 학교 설계가 늘고 있는데요.

 

규격화된 사각의 틀에서 벗어나 새 교육과정에 맞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학교 현장을 금창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송성환 기자 ebs13@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