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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G> 마주 선 두 명의 미국인, 고등학생과 원주민

뉴스G

김이진 작가 | 2019. 01. 28

[EBS 뉴스G]

지난 주, 미국에선 한 고등학생이 미국 원주민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여러 갈래의 논란과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처음에 이 영상은 세대 갈등 정도로 해석되었지만, 점차, 논란이 더해가면서 언론 태도의 문제로까지 번졌는데요. 하나의 영상 속에 존재하고 있었던 수많은 갈등들- 뉴스G에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18일,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 광장에서 포착된 장면 

 

두 사람이 아주 가까이 마주보고 서 있습니다. 

 

한 사람은 고등학생, 한 사람은 나이 지긋한 남성입니다. 

 

약 2분 여간, 웃음기 어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꼼짝하지 않는 고등학생- 

 

이 영상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미국사회를 갈등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이건 미국이 아니다. 정말 수치스럽다"

 

고등학생 앞에 서 있던 사람은 미국 원주민 인권운동가이자 베트남 참전용사이기도 한, 네이선 필립스씨- 

 

그를 빤히 쳐다보는 고등학생의 모습은 전쟁의 희생까지 치러야 했던 미국 기성세대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태도로 해석되었습니다. 

 

"끔찍한 일이다. 무지함, 뻔뻔함, 무례함까지 정말 창피하다. 원주민께서는 엄청난 품격과 힘을 보여주셨다"

-배우 크리스 에반스

 

세대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한 상황, 하지만 곧, 이 장면의 초점은 세대갈등이 아니라 미국 원주민에 대한 인종차별로 옮겨졌습니다. 

 

고등학생이 쓰고 있던 모자에 선명하게 적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 

 

그리고 주변을 에워쌌던 같은 학교 학생들은 ‘인디언은 보호구역으로 돌아가라’ ‘장벽을 세우자’는 구호를 외쳤기 때문입니다. 

 

"조롱하는 미소와 학생들이 낄낄거리는 모습을 봐라. 인디언 네이선 필립스를 놀리는 모습이다.‘우리가 당신보다 나아, 당신 말은 안 들려’ 라고 하는 것과 같다"

 

원주민 네이선 필립스씨는 당시 영상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에너지를 미국을 진정 위대하게 만드는 데 쓰면 좋겠다.’ 는 말로 학생들의 행동을 안타까워하기도 했죠. 

 

비난이 거세지자 해당 학생은 공식성명서까지 발표하며 해명했고 학생들이 재학 중인 고등학교는 폭탄 위협에 시달리다 이틀 간 휴교할 정도로, 분노는 커져만 갔는데요. 

 

세대갈등에서 인종갈등으로 옮겨진 이 장면은 곧, 또 다른 국면을 맞았습니다. 

 

바로, 언론과 가짜뉴스의 문제입니다. 

 

두 사람이 마주보기 전 상황이 담긴 추가 동영상이 공개되었기 때문인데요. 

 

추가된 영상엔 단순히 백인 고등학생과 원주민간의 대립으로 단순화 할 수 없는 복잡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트윗을 남기며 사건의 초점을 인종차별이 아닌 가짜뉴스, 그리고 언론의 문제로 옮겨놓았죠. 

 

"이 사건은 거짓 언론과 언론의 선동을 보여줬다"

 

미국을 들끓게 한, 마주보고 선 두 명의 미국인 - 

 

이 상징적인 장면은 미국사회 속, 얽히고 설킨 복잡한 갈등을 하나씩 차례로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김이진 작가 ebsnews@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