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재근의 문화읽기

공유 인쇄 목록

<하재근의 문화읽기> '노멀크러시‧소확행'‥평범함 속 여유와 행복 찾는 사람들

하재근의 문화읽기

문별님 작가 | 2018. 05. 21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유나영 아나운서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멀크러시, 소확행이라는 말들이 유행하고 있는데요. 과연 어떤 현상을 뜻하는 말들인지 오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어서 오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안녕하세요.

     

유나영 아나운서

먼저 노멀크러시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조어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어떤 현상을 가리키는 말인가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이게 ‘보통’이라는 뜻의 노멀, 그리고 ‘반하다’라는 뜻의 크러시를 합쳐서 ‘보통에 반한다’, 보통이 아닌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이고 평범하고 그런 게 더 좋다는 건데 삶의 자세에 있어서도 뭐 특별하게 앞으로 내가 출세하고 화려하게 살겠다 이런 것 말고 그냥 평범한 보통의 삶 속에서, 현재의 일상 속에서 소소한 만족을 누리면서 살겠다, 이런 가치관이 나타나고 있는 건데. 한 조사에서 20대 남녀의 60% 가까이가 인생 역전 성공 스토리보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담은 콘텐츠를 선호한다 이렇게 답을 했고 그리고 또 2030세대가 고소득이나 사회적 명예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조사 결과도 있었고. 그리고 또 다른 조사결과에서는 2030세대의 80% 가까이가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서 몰입하기보다 현재의 일상과 여유에 더 집중하겠다, 이렇게 답하기도 했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네, 현실감 있는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콘텐츠를 많이들 찾는단 얘기가 되겠네요. 그렇다면 이와 비슷한 뜻의 단어로 소확행이란 단어도 한 번 알아볼까요. 요즘 많이 확산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하던데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소확행, 요즘에 인터넷에 많이 나오는 단어인데.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작가, 하루키의 에세이에 나온 단어인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다. 이게 욜로랑 다른 점은 뭐냐면 욜로가 막 세계여행 가고 굉장히 크게 하는 건데 소확행이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일상 속에서, 뭐 먼 데 가는 게 아니라 골목길의 작은 카페에서 햇살을 받으면서 시집을 읽는다, 그런 것에 나는 만족하고 행복을 느낀다고 하는 건데. 그래서 요즘에 여행 계획을 세우는 분들 중에서도 특이한 데가 아니라 그냥 일반 골목길 카페 투어를 가겠다, 이런 분들이 많아지고 요즘에 이른바 핫플레이스라고 해가지고 도심의 평범한 골목길이 뜨는 그런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이런 현상들이 대중문화에까지 점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을 잘 파악한 프로그램들이 또 한참 인기를 얻고 있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그래서 뭔가 좀 평안하고 소소한 일상을 담은 윤식당이라든가 효리네 민박, 나 혼자 산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끄는 거죠. 또 패션도 놈코어라고 해가지고 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 특이하고 화려하고 그런 게 아니라. 그리고 작년에 어떤 일이 있었냐면 예능에서 강호동 씨가 초등학생을 만나서 어른이 되면 뭐할 거냐고 물어보니까 옆에서 이경규 씨가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라고 했는데 옆에 있던 이효리 씨가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라고 했는데 여기에 2030세대가 굉장히 호응을 보내면서 아무나 되라는 말에, 말할 수 없이 해방감을 느꼈다, 눈물나게 좋은 말이다, 역대급 카타르시스다 이런 식으로 내가 나중에 특별한 존재가 되기보다 평범하게 살면서 아무나의 삶을 살겠다, 이런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점점 더 접근 장벽도 낮아지면서 좀 더 와 닿는 그런 콘텐츠들을 찾아 헤매는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청년층에서 이렇게 평범함 속에서 행복이나 여유를 찾는 그런 현상들이 방금도 말씀하셨지만 많이들 보이고 있는데요. 그런 현상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하재근 문화평론가

그러니까 이게, 요즘 청년들이 워낙에 어렸을 때부터 경쟁을 하고 별 보고 집에 들어가고 각박하게 살다 보니까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에너지가 고갈된 것이 아니냐. 그래서 더 이상 열정적으로 뭔가를 추구할 힘이 없는 것 같고. 그리고 평생을 힘들게 산 기성세대의 힘든 모습을 본 거죠, 청년 세대가. 그래서 아 내가 평생 힘들게 살고 나서 그 모습이 저 정도란 말인가, 그럼 그냥 저렇게 살기 위해서 지금 희생을 하기보다 지금 편하게 사는 게 낫지 않나 이런 생각하는 거고. 그 다음에 우리 사회가 사회초년병들한테 여러 가지 부조리한 처우, 을들에 대한 여러 가지 압박들, 이런 게 있다 보니까 청년들이 그런 걸 참고 감내하느니 편하게 살고 말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 거고. 미래에 희망이 없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젊은 시절을 다 바쳐서 열심히 살아봐야 서울 시내에 아파트 한 채 살까 말까인데, 그 아파트 한 채 안 사고 편하게 살고 말지, 이런 생각들을 하는 거고. 그리고 요즘 젊은 세대가 어렸을 때 배고픈 경험이 없어서 물질적 성공에 대한 강박이 없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벌써부터 초탈한 느낌이 돼가지고 편안히 살겠다 이렇게 되는 건데. 이게 우리 사회에 과거 과로사회였거든요. 너무 일만 하는. 그래서 그 과로사회에서 삶의 질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지만, 너무 젊은 나이 때부터 이렇게 내가 미래를 위해서 노력하는 걸 안 하겠다, 그냥 평이하게 여유 있게 살겠다 이러면 우리 사회의 발전의 동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젊은이들이 열심히 땀 흘려 뛰어도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을까 말까인데 다 젊었을 때부터 여유가 생기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발전을 못 하는 것 아닌가, 이런 부분은 사실 조금 우려가 되는 대목입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네, 사실 소박한 만족이라는 말이 언뜻 들으면 굉장히 긍정적인 그런 말이잖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현실에 지친 우리 청년들이 마음의 위로를 찾고자 하는 부분들이 점점 많아지는 걸 보면,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하는 듯한 말이기도 해서 씁쓸한 이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문별님 작가 hiphopsaddy@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