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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문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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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문화읽기> 영화감독 김기덕 '성추문' 의혹

하재근의 문화읽기

문별님 작가 | 2018. 03. 12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용경빈 아나운서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미투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 영화계 거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김기덕 영화감독의 충격적인 성추문에 관련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어서 오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안녕하세요.

     

용경빈 아나운서

얼마 전이었습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김기덕 감독에 관련된 성추문 의혹에 대해서 보도를 했는데, 그야말로 충격이 너무 컸습니다.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감독, 그야말로 예술영화의 거장이다, 그렇게 알려진 분에 대해서 폭로가 나온 거죠. 여배우들한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 심지어는 성폭행까지 했다 이런 폭로도 나왔고. 거기에 또 유명 배우인 조재현 씨가 부적절한 언행에 동참했다 그래서 해당 여배우가 촬영장 분위기를 지옥이라고 느꼈다, 이런 식의 폭로가 나와서 지금 엄청난 파문이 일면서 해외에서도 해외 매체가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투 사태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다고 할 정도로 지금 국내외에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그럴 만한 게 사실 김기덕 감독이 해외에서 굉장히 많은, 큰 상들을 수상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너무 높은 평가를 받고 또 우상화가 되면서 아예 그에 대한 비판 자체가 어려웠다, 이런 얘기도 들리거든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그게 문제인데, 해외의 3대 영화제 중에 하나라고 하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피에타가 받은 거죠. 그러니까 이제 이분은 해외에서 인정받은 엄청난 거장처럼 이렇게 자리매김이 되면서 이 분에 대해서는 뭐라고 안 좋은 얘기, 흠집이 가는 얘기를 할 수가 없게 되는, 비판이 원천봉쇄되는 이런 분위기가 된 거고. 그리고 연이어서 대종상에서 피에타한테 작품상을 주지 않고 광해, 이병헌 씨 나오는 영화 있잖아요. 거기다가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상이 다 간 거죠. 그러니까 그때 대종상을 네티즌들이 엄청나게 비난하고 광해도 비난하고 감히 피에타를 제치고 광해한테 상을 주다니, 이런 식으로 공격을 하니까 이제는 뭐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세계에 대해서 감히 누구도 딴 소리를 할 수 없는 절대적인 위상이 된 것인데. 사실 영화의 예술적인 가치를 해외 영화제가 보증하는 게 아니거든요. 예술적인 가치라는 건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거고 사람마다 나라마다 다 달리 판단할 수가 있는 건데, 이것을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해서 절대적인 가치가 생겼다, 다른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마, 이런 식으로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고 우리의 문화적 사대주의가 너무 심했다. 그래서 우리가 문화적으로 너무 얕다는 것이, 깊으면 그런 일이 안 생겼을 텐데 너무 얕고 문화적인 사대주의가 큰 데다가 와중에 또 김기덕 감독이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적인 복색을 하고 아리랑을 부르고 그러면서 애국주의가 자극이 된 거죠. 국가대표니까 건드리지마, 이런 식으로. 사대주의와 애국주의, 그 결과 김기덕 감독이 하나의 성역이 되어가지고 절대적인 힘을 누리게 된 결과, 여배우, 신인 여배우들한테도 내 영화에 출연시켜주겠다는 말을 은혜를 베풀 듯이 이렇게 하게 되고 스태프들 중에서도 일부는 국가대표 감독이니까 뭐라고 안 좋은 얘기를 할 수가 없어서 뭔가 목격을 하고도 침묵하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결국 우리 사회가 하나의 우상을 만들었다, 그게 좀 아쉬운 대목입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그런데 그렇게 상을 받은 작품도 그렇고, 아닌 작품들도 그렇고 작품들을 살펴보면 여성관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이런 비판도 일어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게 이런 얘기를 그동안 못 했던 건데. 그러니까 김기덕 감독 초기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다가 해외 영화제에서 작품상 이런 걸 받으면서는 더 이상 그런 얘기를 못 하고 다 거장의 훌륭한 작품, 이런 식으로 칭송을 하게 된 것인데. 사실 김기덕 감독의 과거 우리나라 대중들한테 본격적으로 김기덕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작품이 나쁜 남자라는 작품인데, 이 내용이 어떤 남자가 길거리에서 어느 여성을 보고 좋아하게 됐는데, 그 여성을 붙잡아다가 유흥가에 강제로 데려 간다. 그런데 그 여성이 거기에서 점점 순응하더니 결국에는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다. 이런 식의 내용이기 때문에 이게 성범죄자들이 내가 강제로 어떻게 해도 저 여성이 처음에는 반항하거나 말로는 싫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나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받아들일 것이다. 이런 왜곡된 심리가 있는데 그러한 심리가 영화적으로 지금 표출된 것이 아니냐. 이런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있고 비판도 있고 이랬어야 되는 건데 너무 그동안 해외 영화제 상 받은 거 하나만 가지고 좀 비판이 봉쇄됐었다, 그러다 보니까 이분이 절대적 권위가 생겨서 폭로한 분들의 이야기로는 김기덕 감독은 촬영장에서 신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이런 말이 나오는데 결국 우리 사회의 너무 지나친 비판하지 않는 그런 태도가 김기덕 감독의 엄청난 힘을 만들어줬던 것 같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계속해서 그런 게 유지가 됐던 것 같고요. 전에도 얘기했었던 거지만 예술계니까 그런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했었던 것들도 깔려 있는 것 같은데. 문화예술계 자체적으로도 반성이 좀 필요하다 이런 목소리도 높아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 성추문이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지금 다 벌어지고 있는데 다른 분야 성추문과 문화예술계 성추문의 다른 점이 하나가 있다면 문화예술계의 성추문이 공공연히 나타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있는 가운데서 지금 문화 거장들이 다 그런 식인데. 공공연히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움을, 죄의식이 없다는 것이죠. 예술은 원래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인식이 있는 거고. 그래서 고은 시인도 추행도 하고 안 좋은 행위를 한 다음에 아주 여봐란 듯이 주위 사람들한테 너희들 이런 용기 있어? 이렇게 물어보고 여성이 뛰쳐 나가니까 이런 것도 못 보면서 무슨 시를 쓴다고 이러면서 오히려 여성을 탓했다는 거죠. 예술은 원래 이런 것이다, 그런 인식이 있는데 그게 잘못됐다는 거고. 그리고 원래 이 세계는 그런 것이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피해를 주장한 여성도 다른 여배우 선배한테 자신의 피해에 대해서 상담을 했더니 그 선배가 하는 말이 영화판이 원래 그래, 그 말을 듣고 이 세계는 원래 그렇구나 하고 체념을 했다는 거죠. 침묵했다는 거죠. 그러니까 예술이라는 건 특별하다, 그리고 이 세계는 원래 그렇다, 이런 두 가지 인식 때문에 그런 일들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그런 의식을 공유하면서 피해자도 말을 못 하게 되고 옆에 있는 목격자들도 침묵하는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 이번 미투 운동을 통해서 이제는 예술계는 특별하다, 인식 자체가 깨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 예술인이라고 해서 절대로 특별할 게 없고 예술인도 일반 국민과 똑같이 성폭력을 저지르면 처벌받아야 한다. 어떤 예술적인 가치도 인권이라든가 법적인 가치 위에 설 수 없다, 이런 원칙이 이번 기회를 통해서 확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네, 정말 우리가 고쳐나가야 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됩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문별님 작가 hiphopsaddy@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