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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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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가정의 아이들] 3편. 일방적 재혼 통보‥한 지붕 두 가족의 서막

사회

오승재 기자 | 2017. 12. 26

[EBS 집중취재] 

EBS 뉴스는 재혼 가정 자녀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심층 취재한 '마이너스 가정의 아이들'을 기획 보도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혼의 상처를 딛고 새 출발해야 할 재혼이 시작부터 어떻게 잘못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아이들의 의견은 묵살된 채 부모들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재혼이 이뤄지면서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만 정신적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습니다. 먼저 오승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초등학교 5학년 때 재혼 가정이 된 미주. 

     

아빠의 권유로 미술 과외를 시작했는데 불과 한두 달 만에 선생님이 새엄마가 될 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박미주 (가명) / 고등학교 3학년

"갑자기 같이 살게 됐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거예요. 놀랐죠. 엄마를 잊었나 싶기도 하고…"

     

아빠는 이집 저집 세를 낼 바에는 한 집으로 합치는 게 효율적이라며 일방적으로 재혼을 통보했습니다. 

     

같이 살게 될 언니와 미주, 동생의 생각은 전혀 묻지도 않았습니다. 

     

거부감도 들고 걱정도 됐지만 일사천리로 새엄마의 살림이 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되게 무례하다고 생각하죠. 자녀가 엄마라고 불릴 사람인데 아이들한테 의견 안 물어본다는 게 이해가 안 가요."

     

고등학교 2학년 지선이도 원치 않는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때, 아빠 마음대로 새엄마와 아들, 딸까지 데려 온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처음 본 사람을 엄마라고 불러야 했고 새엄마의 딸과 방을 나눠 써야만 했습니다. 

     

인터뷰: 최지선 (가명) / 고등학교 2학년

"남이랑 같이 사는 거니까 되게 불편하고 솔직히 말해서 싫었고 그냥 반감이 많이 들었어요."

     

이런 식으로 재혼을 시작하다보니 한 지붕 아래에 살아도 실상은 두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빠는 친오빠와 지선이만 신경 쓰고 새엄마도 의붓오빠와 언니만 챙겼습니다. 

     

"재혼이라는 게 아빠네 가족이랑 엄마네 가족이 같이 합쳐진 게 아니라 엄마, 아빠 둘이 좋아서 한 거여서 두 분만 좋은 거고, 애들은 좋아하진 않아요."

     

부모의 재혼을 반대하거나 같이 살 부모를 선택할 권리도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수정이의 엄마는 이혼한 지 한 달 만에 재혼하기로 했다며 새아빠를 만나보라고 종용했습니다. 

     

수정이는 친아빠와 살겠다고 했지만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속절없이 엄마를 따라가야 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 (가명) / 고등학교 3학년

"너 아빠랑 살면 네 인생 망해. 네 아빠가 대학 입학금은 내주실 수 있을 것 같아? 아무것도 못해."

     

부모들만의 결정과 준비 없는 결합.

 

재혼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지고 있습니다. 

     

EBS 뉴스 오승재입니다.  

오승재 기자 sjo@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