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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가정의 아이들] 1편. 중2 여학생의 자살 기도

사회

오승재 기자 | 2017. 12. 25

[EBS 집중취재] 

상당수 재혼 가정의 아이들이 부모의 무관심과 차별, 학대 속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두 개의 가정이 합해졌지만 오히려 아이들에겐 마이너스가 되고 있는 실정인데요. EBS뉴스는 이 마이너스 가정의 아이들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먼저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의 사연을 들어보겠습니다. 오승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릴 때부터 엄마는 유독 남동생만 편애했습니다.

     

동생 위주로 의사 결정이 이뤄졌고, 심지어 옷과 신발도 동생 걸 물려 받았습니다. 

     

인터뷰: 이지은 (가명) / 중학교 2학년

"어릴 때도 옷 같은 것 잘 안 사주시고, 아플 때도 병원 잘 안 데려가고…"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영문도 모른 채 미국 보스턴으로 강제 유학을 떠났습니다. 

     

처음엔 6개월만 있으라고 하더니 나중에 1년으로 늘었습니다. 

     

"가기 싫다고 했었는데 가라 그래서 갔다 왔어요. 그냥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일 년 내내 혼자 다녔어요."

     

한국에 돌아오자 가정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양육 문제로 자주 싸웠고, 아빠는 화풀이를 하듯 지은이를 때렸습니다. 

     

얼굴에 멍이 들고 피가 터져 학교도 결석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년아, 저년아 이러면서 만날 태어나지 말았어야 된다고 죽여버린다고 그런 얘기하고. 머리채 잡고 벽에 갖다 박고 때리고 발로 차고 뭐 집어 던지고…"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시 들여보내더라고요. 그냥 때리면 아동학대 들어가는 거라서 나중에 벌금 내셔야 될 수도 있다 그런 얘기하고 갔어요."

     

두 분은 싸우기만 하면 집을 나갔습니다. 

     

한 달에 보름은 혼자서 밥과 빨래, 청소를 하고 어린 동생까지 돌봐야 했습니다. 

     

"집에 왔는데 엄마가 안 계시면 (아빠는) 그 이후로 며칠 동안 집에 안 들어오세요. 밥을 잘 못 먹어요. 반찬을 못 하니까…"

     

지난 3월엔,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자살을 기도했습니다. 

     

병원에선 우울 수치가 너무 높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계속 엄마하고 아빠하고 집안에 들어가면 만날 싸우고 있고 안 싸우고 있으면 만날 내가 맞고. 집에서 아무도 동생 챙기는 사람은 없고…"

     

평범한 가정에선 상상할 수 없는 열다섯 살, 서글픈 인생.

     

여기엔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같이 사는 엄마는 친 엄마가 아니고 남동생도 친 남매가 아닙니다. 

     

"그때 좀 충격적이었어요. 왜냐면 살면서 계속 저를 낳고 키운 엄만 줄 알았거든요. 오빠들도 다 같은 가족인 줄 알았고 그랬는데 그게 다 아니었으니까…"

     

EBS뉴스 오승재입니다.  

오승재 기자 sjo@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