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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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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의 벽 기획 9편] '세상에 없던 꿈을 찍습니다' 여성 촬영감독의 도전

평생

황대훈 기자 | 2017. 09. 28

[EBS 집중취재] 

EBS 연중기획, '여기서 일한다, 여성이 일한다' 순섭니다. 우리나라 상업 영화계에서 여성 촬영 감독은 100명 중 4명에 불과할 정도로 여성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인데요. 오늘은 육중한 촬영 장비를 짊어지고 영화 현장을 누비는 김선령 씨를 황대훈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긴장이 고조되는 영화 촬영 현장.

     

거대한 크레인 장비에 올라타 카메라 렌즈로 현장을 비추는 건 촬영감독, 김선령 씹니다. 

     

인터뷰: 김선령 촬영감독 / 동서대 영화과 교수

"어느 순간 촬영에 열병 앓듯이 푹 빠져든 거예요. 촬영 생각하면 가슴이 막 뛰는, 아 이게 불같은 사랑을 하게 되면 이런 거구나…"

     

'당대 최고의 그림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 신기술 도입에 앞장선 그녀. 

     

국내 최초로 무압축 하드디스크 촬영 방식을 도입한 영화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계에도 편견의 벽은 높았습니다. 

     

꼭 찍고 싶던 시나리오는 남성 감독들의 차지가 되기 일쑤였고, '여자와는 일하지 않겠다'는 말도 여러 번 들어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선령 촬영감독 / 동서대 영화과 교수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거절당한 작품이 많이 있어요. 어떤 PD는 자신은 여자랑 일 안 한다고 이야기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령 씨는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촬영 대신 기술진으로 영화에 참여하는가 하면, 아예 국내를 벗어나 해외 유명 방송국들의 다큐멘터리 현장을 발로 뛰었습니다. 

     

여자라 체력이 달리고, 무거운 장비를 못 들 거란 편견에는 더욱 치밀한 준비와 완벽한 실력으로 맞섰습니다.

     

인터뷰: 김선령 촬영감독 / 동서대 영화과 교수

"너무 그런 것에 신경 쓰게 되면 제가 계속 자학을 하게 돼요. 왜냐면 이건 제 잘못이 아니거든요. 세상의 편견이고 그렇게 생각하는 그 사람의 몫이지. 그래서 저는 그래요. 그 사람이 결국은 자기 복을 찼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힘든 길을 돌아 마침내 다시 돌아온 촬영 현장.

     

그녀의 국내 첫 복귀작은 평단과 관객의 호응을 얻으며 성공했고, 해외에서도 리메이크됐습니다. 

     

인터뷰: 이원석 감독 / '남자사용설명서' 연출

"일단 여성이라고 그러는 게 저는 되게 잘못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촬영감독이 다 똑같은 촬영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성을 떠나서 촬영감독으로서 김선령 촬영감독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이 안 갖고 있는 그런 장점이 전체적인 프로덕션을 생각하시고 전체적인 다른 파트까지 관여해주시고…"

     

100여 명의 상업영화 촬영감독 가운데 여성은 단 4명뿐인 현실에서, 국내 1세대 여성 촬영감독인 선령 씨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바로 후배들을 위한 길을 열어주는 겁니다.

     

인터뷰: 박자현 4학년 / 동서대 영화과

"여자가 하기 힘든 일인가? 가기 힘든 길인가라는 고민을 좀 많이 했었습니다. 교수님 보고서 아 여자도 촬영할 수 있구나 알게 됐죠."

     

특히, 국내 영화계에 표준계약서 도입을 이끌어 내고, 선진 영화 제작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전문 분야를 꾸준히 개척하고 있는 건 한국 영화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애정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선령 촬영감독 / 동서대 영화과 교수

"아직은 한국에서 안 하는 아주 좋은 워크플로우가 있는데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이런 것들, 이런 워크플로우가 한국 영화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 저 먹고 사는 것도 있지만 뭔가 한국 영화를 발전시키는 그중의 한 명으로서 계속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있어요."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멈추지 말고 계속 가라'고 말하는 선령 씨.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은, 지금도 그녀에게 가장 설레는 순간입니다.

     

인터뷰: 김선령 촬영감독 / 동서대 영화과 교수

"사실 이제 지금 그 꿈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모든 사람들한테 감동을 주는 그런 영화를 촬영해 보는 것, 또 최선을 다할 거지만 또 저는 아쉬움이 남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는 아직도 꿈에 살고 있고 그 다음에 또 그 꿈을 이루려고 계속 살고 있지 않은가…"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황대훈 기자 hwangd@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