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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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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의 벽 기획 7편] 편견에 꺼내든 '옐로카드' 여성 심판의 도전

평생

황대훈 기자 | 2017. 09. 26

[EBS 집중취재] 

EBS 연중기획, '여기서 일한다, 여성이 일한다'. 오늘은 거친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정확하고 날카로운 판정을 내리는 여성 심판, 이미옥 씨를 소개합니다. 무대에서만큼은 은퇴는 없다는 영원한 현역 이미옥 씨를 황대훈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단호한 선언과 함께 한판 승부가 시작됩니다. 

     

재빠른 펀치와 치명적인 발차기가 오가는 종합격투기 무대 위에서 선수들 못지않게 관중의 눈길을 끄는 여성 심판 이미옥 씨.

     

격투기 챔피언 출신인 남편과 체육관을 운영하던 이 씨는 여성 선수의 경기들조차 남성 심판이 대부분인 현실을 본 뒤 직접 심판이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체육관 운영과 집안 살림의 이중고를 겪으며 어렵게 심판 자격증을 따낸 미옥 씨. 

     

어느덧 경력 7년차의 어엿한 종합격투기 주심이지만, 처음 링에 오르던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앞이 캄캄합니다. 

     

인터뷰: 이미옥 심판 / 대한종합무술격투기협회

"많이 떨렸죠. 캄캄하죠, 앞이. 제 손짓 하나, 동작 하나에 경기 흐름이 뒤바뀌잖아요. 선수들도 그렇고. 티 안 내려고 하는 게 더 떨렸던 것 같아요."

     

체육관을 운영하며 지방 출장까지 감수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전국 몇 안 되는 여성 심판의 자존심을 저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격렬한 시합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매일 체력을 단련했고, 심판의 손짓 하나가 경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에 판정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여성 심판'에 대한 편견으로 판정에 딴죽을 거는 사람들에겐 더욱 단호하고 정확한 판정으로 정면승부했습니다. 

     

인터뷰: 이미옥 심판 / 대한종합무술격투기협회

"여자니까 "저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판정이나 잘 내릴 수 있을까?" (다운을 줬을 때) "저거 왜 다운이야? 다운 아닌데?" 이런 경우가 있어요. 무조건적 편견을 갖는 거죠. 과감하게 저는 제 판단이 옳다고 끝까지 저는 주장을 하죠."

     

성장해나가는 젊은 선수들과 같은 링 위에 설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미옥 씨.

     

격투기는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경기인 만큼 심판도 책임 의식과 강한 정신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이미옥 심판 / 대한종합무술격투기협회

"남자들 틈에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막상 해보면 건강한 체력만 갖고 있으면 이건 남자, 여자 별 상관이 없다고 봐요. 누구나 다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봅니다, 저는."

     

미옥 씨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편견과 싸워온 여성들 덕분에, 지금은 격투기 분야에서도 늘어나는 여성 심판을 환영하는 추셉니다. 

     

경기에 임하는 여성 선수들에게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격투기가 보다 폭넓은 성별, 연령대로부터 사랑 받는 데도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경윤 심판위원장 / 대한종합무술격투기협회

"우리가 항상 보호구를 착용하는 것에 대해서 체크를 하는데, 여자 선수들 같은 경우는 좀 민감한 부분도 있고 그런 걸로 따졌을 때는 이미옥 심판 같은 경우에는 여자분으로서 다른 선수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다는 거죠."

     

여성 격투기계가 성장해 남성 주심과 여성 주심이 반반씩 되는 날이 왔으면 한다는 미옥 씨. 

     

젊은 세대 못지않은 열정과 정신력으로 똘똘 뭉친 그녀는 은퇴란 없는 영원한 현역입니다. 

     

인터뷰: 이미옥 심판 / 대한종합무술격투기협회

"저는 제 직업에 만족하고 앞으로 체력이 있는 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할 겁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황대훈 기자 hwangd@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