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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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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의 벽 기획 6편] '4%' 벽 뚫은 '최초'의 여성 용접 기능장

평생

금창호 기자 | 2017. 09. 25

[EBS 집중취재] 

이른바 ‘남초 현장’에서 사회적인 편견을 극복하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 오늘은 여성 최초로 용접 기능장에 오른 박은혜 씨를 만나봤습니다. 열악한 여성 인프라와 차별의 시선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면서 노력한 덕에 '최초의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는데요. 금창호 기잡니다.  

 

[리포트]

     

용접 불꽃이 쉴 새 없이 튀는 경기도의 한 송풍기 제조 공장.

     

몸소 시범을 보여 가며 동료들에게 올바른 용접 자세를 가르쳐 주고 있는 여성이 있습니다.

     

13년 전, 여성을 찾아볼 수 없었던 용접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기능장에 오른 박은혜 씨입니다.

     

인터뷰: 박은혜 용접 기능장 / 한양ENG

"(용접을) 알아가는 데에서 남들이 안 했던 곳을 처음 '어 여자가 왔네'라는 그 시선이 처음에는 좋았어요. '내가 지금 아무도 안 한 걸 갔네'라는 게 좋아서 입문하게 됐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 중소기업에 도시가스 시공관리자로 입사한 은혜 씨는 가스관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며 자연스레 용접을 접하게 됐습니다.

     

이후 현장 책임자로서 업무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용접을 익혔습니다.

     

하지만 여성 용접원이 전체의 4%도 되지 않는, 산업시공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박은혜 용접 기능장 / 한양ENG

"지금 60대, 50대 분들은 아직 예전의 생각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20대 때, 제가 도시가스 현장, 아파트 현장을 제가 직접 설계하고 시공하고 현장소장님 끌고 갔을 때는 굵은 소금으로 정말 이렇게 재수 없다고 이렇게 다 내쫓았어요."

     

산업현장 교수로 근무할 당시 교육생들이 남성밖에 없었던 탓에, 여자화장실이 없어 6시간씩 화장실을 가지 못한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기능장 가운데 혼자 여성이다 보니 괜한 비교 대상이 되는 일도 많았지만, '최초의 여성'이라는 책임감으로 버텨 나갔습니다.

     

인터뷰: 박은혜 용접 기능장 / 한양ENG

"한동안 "야 아줌마도 기능장을 따는데 너희들이 기능사도 못 따?" 이런 게 유행이 됐었어요, 이쪽에서는 그래가지고 그 정도의 그러면 뭔가가 책임감? 그 책임감 때문에 끝까지 왔던 것 같아요."

     

묵묵히 제 몫을 다해가며 노력한 끝에, 지금은 용접을 처음 배우는 동료들도 은혜 씨를 크게 의지할 만큼 일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습니다.

     

인터뷰: 임순복 직원 / 대한풍력공업주식회사

"남 밑에서 이렇게 (용접을) 한 것은 처음인데요. 사람도 좋고, 이렇게 체계적으로 모르는 부분 어떻게 어떻게 해라 가르쳐주고 하니까 도움이 많이 되죠."

     

그녀는 산업 현장에서 활약하는 여성 용접공이 점차 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은 안 된다'는 편견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기술이 고도화되고 용접 분야가 다양해질수록 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길도 넓어지기 때문에 보다 많은 여성들이 용접에 도전하길 바라봅니다. 

     

인터뷰: 박은혜 용접 기능장 / 한양ENG

"여자들이 들어온다고 한다면 분명히 있을 수 있는 곳도 많고요. 더 커질 수 있는 자리들이 많아요. 여자들도 꼼꼼하고 무서움이 없는 분들도 많고요. 도전정신 있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리고 성격이 더 쿨해요."

     

우리나라 첫 여성 용접기능장으로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싶다는 은혜 씨. 

     

용접 불꽃과 함께 타오른 그녀의 13년 열정에 '여자는 안 된다'는 산업현장의 편견도 어느새 눈 녹듯 녹아내렸습니다.  

 

EBS뉴스 금창호입니다. 

금창호 기자 guem1007@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