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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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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의 벽 기획 3편] "'여성'은 오히려 장점"‥실력으로 편견 넘어

평생

금창호 기자 | 2017. 09. 20

[EBS 집중취재] 

'남자 직업'의 유리천장을 깨고 정상에 우뚝 선 여성들의 이야기. 오늘은 15년째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여성지휘자, 김봉미 씨의 사연입니다. '여자가 어떻게 지휘를 하느냐'는 국내 음악계의 가부장적 인식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녹여낸 김봉미 씨를 금창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오케스트라 연습이 한창인 서울의 한 리허설룸. 

     

80명이 넘는 단원들 앞에서, 힘찬 몸짓과 강렬한 표정으로 악기와 합창을 조율하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올해 15년 경력의 ‘마에스트라’ 김봉미씨입니다.

     

"'아름' 이렇게 들어오면 늦으세요. 오케스트라 먼저 간단 말이에요. '아름다운' 처음에 들어오실 때 바로 들어오셔야 됩니다."

     

지휘자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지휘를 접했지만, 독일로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는 자신이 지휘봉을 잡게 될 거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봉미 상임지휘자 / 유나이티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없었으니까요. 그때 당시에, 국내에, 여자 지휘자가. 그냥 어렴풋이 여자 지휘자 한 명 있다는 것 같던데 이렇게만 했었고, '저걸 꼭 해야겠다, 그럼 나는 할 수 있는가' 이걸 구체적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것 같아요."

     

탄탄한 실력으로 해외에서 먼저 지휘대에 올랐지만, 국내에 돌아와서는 높은 편견의 벽에 부딪혀야 했던 봉미 씨.

     

여자에게 어떻게 지휘를 맡기냐는 인식이 팽배했던 국내 음악계에서 그녀의 도전은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국내에 있는 여자 지휘자도 단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김봉미 상임지휘자 / 유나이티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하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덩치도 크고 뭐 아주 그냥 성격도 그렇고. 근데 이제 (저를) 무대에서 보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봤을 때는 도저히 지휘를 한다는 게 잘 매칭이 안 되니까…"

     

그녀는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마음으로 정면 도전했습니다. 

     

연주마다 매순간 '마지막 무대'라는 생각으로 열정을 다했고, 마침내 두꺼웠던 편견의 벽이 서서히 허물어질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1년 후, 마침내 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봉미 상임지휘자 / 유나이티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 연주를 하고 내일은 없다 할 정도로. 그게 하나하나 밑거름이 됐던 것 같고. 오 다르네. 그 무대로만, 실력으로만 시작이 됐던 것 같습니다."

     

넘치는 카리스마와 함께 연주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봉미 씨의 모습에, 오랜 기간 함께 무대를 준비해온 단원들은 남다른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형주 단원 / 유나이티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남성 지휘자분들하고 비교를 해도 손색이 없고, 카리스마 있고 열정적이고 그러시죠. 제가 보기에는 남성들보다도 오히려 더…"

     

그녀는 후배들에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힘들거나 못할 일은 결코 없다고 조언합니다. 

     

여성인 걸 당당히 인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노력해 나간다면 보다 개성 있고 섬세한 지휘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봉미 상임지휘자 / 유나이티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불리하다고만 먼저 생각을 하는데, 자신이 여자인 것을 장점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여자로서 가지고 있는 너무 좋은 것들이 있는데, 왜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것을 포기하고 그건 무시하고 다른 남자의 그걸 자꾸 추구할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을…"

     

왜소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대 위의 반전 카리스마.

     

날렵한 몸짓과 섬세한 손끝에서 전해지는 그녀의 열정 앞에선 그 어떤 편견이나 시련도 한낱 과정에 불과했습니다.

     

EBS 뉴스 금창호입니다.

금창호 기자 guem1007@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