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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문화읽기> 서울대 대학원생 공개 시위‥교수 '갑질' 논란

하재근의 문화읽기

문별님 작가 | 2017. 07. 17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지난 13일 서울대 대학원생들이 캠퍼스 내에서 공개시위를 벌였는데요. 교수들의 갑질을 비판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였습니다. 그 배경과 이유, 오늘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얘기해보겠습니다. 어서 오시죠. 

 

[스튜디오]

     

유나영 아나운서

방금 얘기한 대로 지난 주 서울대 대학원생들이 교수 갑질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집단적으로 냈습니다. 시위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대학원생들의 주장은, 우리 대학원의 문화가 거의 봉건시대의 문화가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러다 보니까 대학원이 인권 사각지대다, 대학원생들의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라, 이런 요구들을 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연구실 내 표절 문제라든가. 주로 이제 학생들이 만든 결과물을 교수 이름으로 가져간다든지 이런 일들이 왕왕 벌어지는 거죠. 그 외에도 학교, 대학원 내에서 벌어지는 언어폭력이라든가 여러 가지 인권 침해 사례들, 이런 것들을 고발을 했고. 그리고 자퇴, 휴학 비율을 공개하라. 이런 얘기도 나왔습니다. 어느 대학원 어느 연구실에서 유독 자퇴생이나 휴학생이 많다면 거기가 뭔가 지금 대학원생들의 처우가 가혹한 것 아니냐라고 판단을 할 수가 있는데 그 정보가 없이 그냥 지원을 하면 이건 복불복이나 마찬가지 아니냐. 여러 가지 정보를 좀 공개해라 그런 이야기도 나왔고. 그리고 자기 이름이 아이디가 ‘자판기’라고 밝힌 한 대학원생이, 자판기는 아마 교수가 시키면 다 만들어낸다, 그런 의미인 것 같은데. 그 학생이 지금 우리나라 대학원생들 졸업 여부가 교수가 완전히, 교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것은 교수가 엄청난 슈퍼갑이라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교수 갑질이 횡행하는 것 아니냐. 그리고 이날 이야기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학원생들의 졸업 여부뿐만이 아니라 졸업한 이후에 앞으로 학문 세계에서의 생사여탈권까지도 거의 지도교수가 쥐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말이 나오기 때문에 지도교수가 그야말로 봉건시대의 윗사람인 것처럼, 대학원생들 위에서 군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최고 대학이라고 불리우는 서울대 내에서 학부생이 아닌 대학원생들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것도 처음이라고 알려졌는데요. 그 배경은 좀 어떤 건지 자세하게 알려주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배경은 옛날부터 쌓여온 여러 가지 불만들 이게 근본적인 배경인데.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 몇 달 전에 있었던 연세대 텀블러 사제폭탄 사건, 그 사건이 그때 사제폭탄을 만들었던 대학원생이 교수가 나에게 질책할 때 인격적 모멸감을 느껴서 이런 걸 만들었다, 사제폭탄을. 라고 주장을 해서 그 사건의 실제적 진실과는 별개로 만약 그게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대학원생이 한 주장이 서울대 대학원생들의 마음속에 있는 뭔가를 건드린 거죠. 아, 나도 평소에 저렇게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는데. 그런 식의 마음을 느끼고 있던 터에 그게 자극이 돼서 본격적으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해서, 그리고 또 서울대 대학원에 팔만대장경 스캔 노예 사건이라고 있었는데 이게 이제 대학원생 4명이 8만 쪽이 넘는 문서를 교수가 지시해서 스캔을 했다, 그리고 좀 비상식적인 개인 심부름을 강요받았다, 이렇게 주장을 하면서 크게 문제가 됐었는데, 이것도 물론 피해 주장이 과장됐다는 진단도 있지만 어쨌든 그런 이슈들이 또 학생들을 자극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6월달에 폭언이나 성희롱 의혹을 받았던 교수가 너무 솜방망이 징계를 받은 것 아니냐, 이러한 이슈들이 계속 터지면서 각각의 개별적인 사건의 실제적인 진실과는 별개로 대학원생들의 마음속에 있는 뭔가를 건드려서 결국 이러한 움직임까지 나타나게 된 겁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아까 자료화면 사진도 좀 보니까, 언론에 공개된 사진들을 보면요, 대학원 총학생회 학생들은 얼굴이 공개가 됐는데 몇몇 학생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시위에 참여를 하고 있어요. 그 말인즉슨 내부 고발자들이 혹시나 이제 학계 내 매장이 되지 않을까, 아니면 후에 있을 어떤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좀 내재돼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그러니까 그게 정말 개탄스러운 건데, 어쩌다 이 나라에서 지성인들이 자기의 주장을 하면서 얼굴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 됐는가. 일부 학생들이, 대학원생들이 마스크라든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지금 나선 건데, 얼마나 학교 당국 내지는 교수가 무서우면 얼굴을 가렸겠는가. 우리나라가 대학원생이나 대학생들이 데모를 많이 했습니다. 수십 년 된 전통인데 대통령을 비판하고 재벌을 비판하고 검찰을 비판하고 무슨 말을 할 때도 당당하게 실명도 밝히고 얼굴도 밝히고 이랬던 학생들이 교수 갑질을 밝히는 순간에는 어쩌다 이 사람들이 얼굴을 가려야만 했는가. 이게 대학원은 일반 사회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언로가 트여 있어야 정상인데 우리나라 대학원은 일반 사회보다도 훨씬, 제가 아까 조선시대적인 억압 아니냐 이런 말씀도 드렸는데 정말 봉건적인 억압이 있기 때문에 얼굴이 가린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고. 이번에 방금도 말씀하셨지만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수 갑질 문제를 학생들이 지적한 게 이번이 최초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대학생들이 그렇게 많은 데모를 했는데도. 결국 교수 갑질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대학원생들이 철저하게 함구할 정도로 그동안 억압이라든가 공포심이 매우 컸던 것 같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맞습니다. 계속해서 말씀하고 계시지만 사실 대학원 내 교수들의 이런 부조리한 행태, 굉장히 오랫동안 쌓여 왔던 어떤 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문제잖아요. 더하면 더했지 덜했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굉장히 심각해진 문제라는 거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그렇죠. 이게 특정 대학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우리나라의 대학원 문화가 교수가 봉건시대 뭔가가 되는 것처럼 군림을 하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고, 대학원이라고 하면 한 사회에서 지식 창조의 최첨단에 있는 곳인데, 지식이 창조되기 위해서는 분위기 자체가 자유로워야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무슨 지식 창조가 되겠느냐, 그러니까 당국자들이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이 어떻고 신지식사회가 어떻고 이렇게 말을 해도 대학원에서 억압적인 분위기가 유지되는 한 지식 창조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고.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정상화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겁니다. 대학원에서 노예라는 말이 나오면 안 되는데 반복적으로 대학원에서 무슨 노예 사건, 무슨 노예 사건 이런 것 터지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거고. 대학원생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하면서 마스크를 써야 되는 현실, 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노예라는 말 자체가 나오지 않도록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도록 정책적으로 대학원생들을 밀어줄 필요가 있고. 교수를 무서워한다는 건데 특정 교수가 어마어마한 권력이 있어서 한 학생의 평생을 좌지우지하고 그런 게 아닙니다. 그 교수가 뭔가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때 받아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 권력이 유지가 되는 건데 결국 지식인 사회의 동료들, 교수 동료들이 이 사람 말을 이 사람이 들어주고 또 저 사람 말을 이 사람이 들어주고 서로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고 이런 관계기 때문에 밑에 있는 학생들이 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그리고 대학원 당국, 대학 당국이 결국 교수들한테 항상 무슨 일이 불거져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이러한 기득권 카르텔 구조 때문에 대학원생들이 노예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는 걸 의식하고, 우리나라 지식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으면 스스로 우리나라 지식사회가 적폐로 몰릴 수도 있다는 점, 이걸 엄중하게 인식을 해야겠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구조적인 모순 한 번에 뒤바뀔 순 없겠지만 이번 기회를 말미암아 기본적인 인권 가이드라인만큼은 제대로 마련되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문별님 작가 hiphopsaddy@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