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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기획] 아이들이 바라는 세상은?

교육, 유아·초등

황대훈 기자 | 2017. 05. 05

[EBS 집중취재] 

앞서 보신 것처럼 우리 어린이들도 이번 대선에 참 관심이 많은데요. 우리 아이들, 다른 나라 아이들과 비교하면 충분히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까요?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제충만 씨와 함께 좀 더 깊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스튜디오]

 

용경빈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질을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 연구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제충만 

네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와 함께 2012년부터 한국 아동의 삶의 질을 조사 발표하고 있습니다. 

  

올해 연구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행복감을 전 세계 16개 국가들과 비교해본 내용인데요. 

     

마냥 행복할 것만 같은 우리나라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행복감이 조사한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권이었습니다. 

  

전반적인 행복감에 관해서는 네팔과 에티오피아에 이어 14위를 차지했는데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노는 시간이나, 학교 성적과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한 만족감,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이나 외모, 물질에 대한 만족감 모두 꼴찌였습니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는 그나마 하위권이었던 것이 중학교 1학년이 되면 말 그대로 꼴찌로 떨어지는데요. 

 

우리나라 아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라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연구결과입니다.

     

용경빈 

우리나라 아이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히 행복하지 못한 이유,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충만 

어린 나이일수록 부모와의 관계가 무척 중요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놀며 보내는 시간에 대해 무척 불만족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이른 나이부터 가정이 아니라 학교와 방과후수업, 학원으로 이어지는 교육의 돌봄으로 넘어간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부모 모두 제때 퇴근해서 아이와 함께 저녁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다면 아이들의 행복감은 한층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요즘 부모님들 사이에서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 것이 초등학교 2, 3학년 때 평생 공부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때 늦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거죠.

 

이렇게 증명되지 않은 조바심으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다 보니 학교경험이나 교사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외모나 물질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걸 보면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남과 비교해서 자신을 평가하는 습관이 생기진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볼 때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미 누가 이쁘고 잘 생겼는지에 따라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걸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외모에 따른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아이들의 행복감을 저하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어른들이 유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용경빈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가정, 학교, 사회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제충만 

이번 연구에서 흥미롭게 나타난 것이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존중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요. 

     

어른들이 내 말에 귀 기울여 준다거나 아동 권리를 존중 받아본 경험에 의한 만족감이 조사한 16개 국가들 중 가장 낮았습니다. 

     

아이들의 행복의 시작이 바로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경청하는 존중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용경빈

이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원하는 아동 공약을 직접 뽑아봤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공약들이 포함됐습니까?

     

제충만 

네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19대 정권에 바라는 대한민국을 물어보았습니다. 

  

온라인 설문조사와 청소년 자유토론을 통해 더 심층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아이들의 목소리를 정리해보면 크게 4가지 제안이 있었습니다.

     

먼저 언제, 어디에서나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는 아이들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세월호 사건과 연일 나오는 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아이들은 대한민국이 과연 자신들이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안전한 곳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영수를 중요시하는 만큼 인생공부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있었는데요. 

  

학창 시절을 통해 진로에 대해 더 고민해보고 나의 적성과 끼를 살려볼 수 있는 기회를 더 가졌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또한 나답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남자답게, 여자답게, 학생답게와 같이 고정관념과 차별을 넘어서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바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리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하는 제안이 있었는데요.

 

눈높이에 맞는 정보를 제공해주고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어디서에서나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대선주자들에게 요청하였습니다. 

     

용경빈 

이런 공약들, 실제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는 얼마나 반영 됐나요?

     

제충만 

앞서 말씀해드린 아이들의 의견을 정리해서 주요 5개 대선 후보 캠프에 전달하였고, 몇 몇 캠프에서는 아이들이 제안한 부분에 대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공약을 바탕으로 답변해 주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은 안전과 교육에 관한 정책들은 촘촘히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동의 참여나 차별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공약이 부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대부분 캠프에서 선거권 연령 하향이나 아동학대에 관해서는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경빈 

아동 분야 전문가로서, 이번 대선 후보들의 아동정책에 관해 짚어주신다면 어떤 부분을 짚으시겠습니까?

     

제충만 

청소년들이 제안한 것 중에 체벌을 하지 않도록 막아달라는 이야기나 청소년이 학교에서 충분히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이나 공약을 밝힌 후보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체벌과 같은 경우에는 이미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용이고요. 

  

대부분의 심각한 아동학대가 빈번한 체벌에서부터 시작하고, 학계의 여러 연구를 통해 체벌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이미 널리 밝혀졌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지금이라도 ‘사랑의 매’라는 이유로, ‘아이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는 이유로 체벌을 허용하는 우리 사회 일부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대선주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기대해 봅니다. 

     

용경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제충만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아이들에게 비싼 장난감을 사주고, 아이들과 놀이공원을 다녀왔는가 하는 것은 아이들이 행복하냐 아니냐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는지, 얼마나 존중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아이들에게 오늘 하루 어땠는지, 내일은 뭐하며 놀고 싶은지 물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황대훈 기자 hwangd@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