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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교육기획 2편]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합의' 가야 할 길은?

교육

이윤녕 기자 | 2017. 02. 16

[EBS 저녁뉴스]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기초해 학교에서 다양한 정치교육이 이뤄지는 독일.

 

미국 대선 결과 같은 국제 이슈부터 이민자 문제 같은 민감한 국내 정치 사안까지 자유롭게 토론하고, 학생들의 정당 가입이나 정치 활동도 폭넓게 보장됩니다. 


인터뷰: 케르스틴 폴 교수 / 독일 마인츠대학 정치교육학과

"독일 학생들은 정당에 가입할 수도 있고, 모든 정당들은 어린 학생들의 참여를 돕기 위해 따로 조직을 운영합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참여는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어린 나이부터 정치 참여를 배우고 적극적인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민주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올바른 정치교육을 위해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촛불 집회처럼 학생들의 정치 참여가 늘고 있는 시대에, 학교가 학생들이 어떻게 사회를 바라보고 정치적 색깔을 갖는지에 관해 간섭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인터뷰: 곽노현 이사장 /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전 서울시교육감)

"학교 수업을 사회 현안을 최대한 수용하는 가운데 토론 논쟁식으로 바꿔내지 못하면, 21세기의 양극화의 위기와 대의민주주의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계에선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지금처럼 정치로부터 학생들을 아예 격리시키는 교육보다 오히려 제대로 된 정치 교육을 통해 더 잘 지켜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장은주 교수 / 영산대

"교육을 어떤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파, 정당이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교육을 이용하지 말아야 된다는 거지, 교실에서, 학교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지 말라, 

소극적인 정치 회피의 원칙으로 지금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독일 수준의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당장 국정교과서를 비롯해 치열한 '역사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합의를 만드는 경험 자체가 생소한 것이 현실입니다. 


인터뷰: 김육훈 소장 / 역사문제연구소

"근현대사교육을 위한 합의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훨씬 더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런 합의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교사의 역할, 교육당국의 역할, 정치의 역할들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할지 (토론이 필요하다)"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도 걸림돌입니다. 


일부 시도에서 민주시민교육 등의 토론식 수업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된 수업시간을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정영철 교장 / 서울 대영중

"먼저 시간이 없어요. 학교의 어떤 여백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이 보장되기보다는 여러 가지 관련 법령들 때문에 다 쪼개져 있거든요. 국영수 과목을 좀 줄여서라도 민주시민교과가 정상적인 교과목으로 교육과정에 등록되면 어떨까…"


이밖에도 만 18세 미만 선거권 등 학생의 정치 참여에 여전히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와, 교원의 정치활동이 지나치게 제한되는 점도 효과적인 정치교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나치 체제의 주입식 교육 폐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전한 독일의 정치교육과 '보이텔스바흐 합의' 국정농단과 역사교과서 사태를 겪은 우리 사회의 해결책은 무엇일지, 교육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BS 뉴스 이윤녕입니다. 

이윤녕 기자 ynlee@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