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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G> 부고(訃告)작가, 헤더 랜디

사회, 뉴스人

전하연 작가 | 2016. 04. 18

[EBS 뉴스G]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글 ‘부고’.
알래스카의 ‘헤더 랜디’는
지난 20년간 마을 사람들의 부고를 쓴
부고작가입니다.
그런데 그녀가 쓰는 부고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녀가 오랫동안 해 온 일의 의미는 무엇인지,
오늘 뉴스G에서 작가 헤더 랜디를 만나봤습니다.


[VCR]


알래스카의 작은 도시 헤인즈
이곳에는 20년 전부터 부고를 써온 작가가 있습니다.


그녀가 지금까지 쓴 부고는 500여 개에 달하는데요,

고인들은 모두 그녀가 잘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인터뷰) 헤더 랜디 / 부고작가
안녕하세요, EBS 뉴스 시청자 여러분. 저는 헤더
랜디입니다. 약 20년 전에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
을 때부터 부고기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 전 한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부고
기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제가 쓴 부고기사는
인구가 2,500명 정도 되는 이 작은 마을에서 살
았던 분들로 모두 제가 잘 아는 사람들이에요.

마을의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면
사람들은 랜디를 찾습니다.
그러면 랜디는
슬픔 속에 잠긴 유족을 방문하는데요,
따뜻한 차를 함께 마시며
오랜 시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고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슬퍼하는 친구와 이웃에게
조그만 도움이라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랜디가 가장 힘들게 썼던 기사는
친한 친구의 아들이었던
올렌 내쉬의 죽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바다에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폭풍우를 만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헤더 랜디 / 부고작가
정말 비극적인 일이었어요. 그 아이는 스무 살밖에
안 되었거든요. 아이의 엄마는 장례식 이후에 저에게
부디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가 아니라 살아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 기억하게 해달라고 했어요.
갑작스런 죽음이 스무 해를 살아온 그 아이의 인생을
가리지 않길 바랐어요.
그 말을 저는 잊지 않아요. 그래서 연세가 많이 드시
거나 병으로 돌아가신 분들이어도 그 분들이 젊고 건강
했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부고기사 작가는 죽음에 대해서 쓰는 게 아니라 한 사
람의 삶에 대해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랜디는 자신이 쓴 부고가
지역사회에도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곧 그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인터뷰) 헤더 랜디 / 부고작가
제가 최근에 쓴 부고기사는 100년을 사셨던 어떤 분
에 대한 것이었어요. 우리 동네는 110년에서 115
년 정도밖에 안되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전 기사를 쓸 때 세부적인 내용을 정확하게 기
록하고자 하고 특정한 시기에 알래스카 주 헤인즈 사람
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일을 했는지 보존되게 하려
고 해요.
또한 고인의 삶에 대해 적절하게 통찰했으면 해요. 모
든 삶에는 각각의 교훈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랜디는 부고를 써오면서
삶과 인간관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는데요,

그녀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자녀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Find the good’,
즉 ‘좋은 점을 기억하라’ 입니다.

인터뷰) 헤더 랜디 / 부고작가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보다는 도움을 주는 사람들
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세상에는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때때로 악인들에 가려 많은 좋은 일
들을 잊게 되요. ‘좋은 점을 기억하라’ 말의 의미는
그런 겁니다.
또 다른 하나는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에
게서 배웠는데요, 전 그녀에게 그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봤어요.
그녀는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는 병실에 들어갈 때 ‘내
가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전 이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그래서 힘든 상황에 있을 때 주변을 둘러보고 내가 상
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
게 되요.

# 마지막 한 마디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도록 일깨워줘요.
Heather Lende

전하연 작가 ebsnews@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