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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문화읽기> 한글을 지키기 위한 목숨 건 투쟁‥영화 '말모이'

윤성은의 문화읽기

이영하 작가 | 2019. 01. 14

[EBS 윤성은의 문화읽기] 

용경빈 아나운서

<윤성은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최근 일제강점기에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말모이’가 울림을 주고 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소식을 윤성은 평론가와 알아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윤성은 평론가

안녕하세요.

 

용경빈 아나운서

지난주에 개봉했죠. 말과 글로 일제에 맞서는 내용의 영화 ‘말모이’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 주시죠. 

 

윤성은 평론가

네. 한국영화가 그동안 외화들의 박스오피스를 빼앗기는 추세였는데요. 1월 9일 개봉한 <말모이>가 주말에 선전했습니다. 지금까지 현재 관객 수 약 120만 명 정도를 불러 모으고 있는데요. 유해진, 윤계상 씨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말모이’는 ‘사전’을 의미하는데요. 1940년대 경성에 살고 있던 주인공 판수는 극장에서 일하다가 해고된 다음, 우여곡절 끝에 조선어학회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원래 까막눈이었던 판수는 여기서 글도 배우고, 일제의 압박 속에서도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알게 되는데요. 이 곳의 대표인 정환은 처음에 판수를 못 미더워하지만 나중에 그의 진심을 알고 서로 가까워지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캐릭터 구성은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또, 대단히 세련된 연출은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가 이 영화와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암담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우리 민족끼리의 연대도 따뜻하게 전해지고요. 무엇보다 우리말을 지키고자 했던 인물들의 신념이 잘 전달되고 있어서 이렇게 어렵게 지켜온 우리말을 잘 사용하고 지켜나가야겠다는 교훈이 전달되는 작품입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사실 5초면 단어 검색이 가능한 온라인 사전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종이 사전의 의미가 많이 약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윤성은 평론가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종이 사전도 계속 출간되고 있거든요. 최근에도 전광진 교수가 쓴 속뜻 국어사전이라는 사전이 2013년에 증보판으로 나왔는데요. 전광진 교수는 우리말을 익히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사전 편찬에 온 힘을 기울여 온 분입니다.

     

이번 증보판은 지난 5년 동안 달라진 단어와 의미를 새로 수정해서 내놓은 책인데요. 속뜻 국어사전은 한자가 많은 우리말에 한자 표기에 더해 속뜻을 풀어준 것이고요. 한영사전, 한한사전의 기능까지 갖추고 있고요. 비슷한 말, 반대말은 물론이고 비슷한 듯 다른 말까지도 추가되어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되는 그런 사전입니다.

     

전자사전, 웹 사전을 사용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모음, 자음 찾아가는 순서를 잊어버리게 만든다는 점인데요. 가나다순으로 되어 있는 것을 찾는데 꼭 필요한 훈련이 필요한데, 현장의 국어교사나 언어교육학자들 같은 경우, 어릴 때 종이 사전을 쓴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강조합니다. 두꺼운 종이 사전을 넘겨가며 찾아보는 것이 아이들이 어휘력도 기를 수 있고, 문장력, 표현력을 기르는데도 좋아진다고 합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이렇게 우리말에 대한 의미를 보다보니 신조어 얘기를 요즘 또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워낙 많아졌습니다. 한글에 영어나 한자를 조합한 신조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소통이 많이 단절되는 경향도 있거든요.

     

윤성은 평론가

네. 안타까운 일인 거 같습니다. 요즘 10대 20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제가 잘 모르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고요. 또, 방송에서도 자막이 뜨는 어휘들이 제가 모르는 단어도 많더라고요. 예를 들면, 영어를 줄인 인싸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거기에 한자어를 붙인 핵인싸. 이런 식으로 신조어들이 생겨나는데요. 이런 단어들은 사실 네티즌이나 누리꾼 같은 단어랑은 다르거든요. 어쩔 수 없이 환경에 따라 생겨나야 되는 단어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것은 어느 정도 은어의 역할도 해서 이런 단어를 우리가 익히면 또 다른 단어를 만들어내고 이런 식으로 소통을 방해하게 되는데요. 이런 단어들을 많이 소비하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가 구분되어있지 않습니까. 답답하면 그걸 모르는 세대가 배우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는데, 배우면 또 다른 단어를 자꾸만 만들어내니까 따라가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또 그런 단어를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면 그 때부터 놀림감이 되거나 그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면 나이 든 사람 취급을 당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때문에 점점 벽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저는 이렇게 벽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방송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예전만해도 방송에서는 표준어를 주로 사용했는데 지금은 채널도 많아지고 하다 보니 오히려 그게 유통의 창구가 되는 거죠. 신조어들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창구가 되고 있어서 조금 자제가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보고요. 

     

이제 이런 문제는 단순히 우리말, 고운 말을 써야해라고 교과서으로 말하기보다 말이라는 것은 말모이라는 영화에서도 강조하는 것처럼 정보뿐 아니라 우리의 감정, 정서 그리고 마음까지도 주고받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신조어가 정확한 소통에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무엇보다 소통의 단절을 시킨다는 부분만큼은 우리가 확실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거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영하 작가 ebsnews@ebs.co.kr / EBS NEWS